ARTBASE권능 / 세상 속의 인간

전시명 :  세상 속의 인간 | Homme du monde

전시기간 : 2024년 12월 4일 ~ 2025년 1월 31일

전시 장소 : ARTBASE 26SQM 박서보재단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 24길 9-2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는 의자, 담배와 마시다 남은 음료, 곳곳에 묻은 생활의 흔적들 — 실기실 공간에서 르네 마그리트는 홀로 캔버스와 대면하고 있다. 피로에 젖은 그 얼굴은 범속하다. 권능의 캔버스 위에서 위대한 예술가는 평범한 하루의 풍경을 구성하는 일원이 된다. 


전시는 프랑스 작가 샤를 보들레르가 이야기한 “세상 속의 인간(Homme du monde)”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보들레르는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에서 일상의 세밀한 순간과 예술을 연결하는 일에 대한 찬미를 드러낸다. 그에게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관찰하는 “세상 속의 인간(1)”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가의 모습이다. 


권능, Art Miami, 2023, Oil on canvas, 81x131cm


권능의 작업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이 예술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그는 보들레르의 예술관을 재해석하여 오늘날 현대 사회의 익숙한 배경과 새로운 맥락을 잇고, 낯선 장면을 만들어낸다. 26SQM에 들어서면 그가 만들어낸 예술과 일상이 구분되지 않는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미술박람회장의 복도를 바삐 지나가고, 장미셸 바스키아는 밤늦게까지 실기실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영화를 보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역사적 인물도, 문화적 상징도 아니다. 매일의 삶에서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한 명의 사람이다. 


권능, Basquiat, 2024, Oil on canvas, 72x108cm


권능은 “우리가 작업을 하면서 마주해야 하는 고독은 [반] 고흐의 고독과 비슷”하리라 믿고, “내 친구의 커피 취향은 베르메르와 같으리라(2)” 말한다. 프리다 칼로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매일의 삶의 모습 속에 어우러진 장면으로 작품은 우리의 하루 또한 역사와 문화를 구성하는 시간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예술과 현실이 더는 구분되지 않는 풍경은 이를 바라보는 이에게 묻는다. 당신의 오늘은 누구의 시간과 닮았느냐고. 그리고 나지막이 덧붙인다. 당신 또한 ‘세상 속의 인간’이라고. 


(1) 샤를 보들레르 (정혜용 역),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 은행나무, 2014, p.21.
(2) 권능 작가 노트 (전문 하단) 


ARTBASE 26SQM <세상 속의 인간> 전시 전경, 박서보재단


권능 작가노트

내 옆에 앉은 친구가 가진 작업에 대한 열정은 마네의 것과 비슷했으리라. 우리가 작업을 하면서 마주해야 하는 고독은 고흐의 고독과 비슷하리라. 작업 앞에서의 고뇌는 로스코와 같으리라, 내 친구의 커피취향은 베르메르와 같으리라. 내가 듣는 음악, 거리의 풍경, 마주하는 사람들, 사소한 일상 속에서 이곳 저곳을 넘나 들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나는 작업 안에서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예술과 일상 같은 것 들을 구분 짓지 않는다. 모든 위대했던 역사와 예술위에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놓여 있다. 평범한 일상 위에 위대한 역사와 예술은 펼쳐진다.

Artist's note 

The passion for the work of my friend who sat next to me would be similar to that of Manet. The solitude we face as we work is similar to that of Van Gogh. The agony of the work will be like Rothko. My friend's aptitude on coffee will be like Vermeer. I listen to the music, see the scenery of the street, the people who face each other, and I spread my imagination in small everyday life. I do not distinguish between reality and imagination, past and present, East and West, art and everyday life in my work. On top of all the great history and art, our ordinary routine lies. Great history and art are unfolded on ordinary everyday life.


* ARTBASE 26SQM의 전시는 예약 없이 운영시간 내 (월요일~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유롭게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