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ohyun Gallery : Origin, Emergence, Return

  • Origin, Emergence, Return.
  • Rink Level Gallery, 610 Fifth Avenue Rockefeller Center, New York, USA. 
  • 2023.06.08 - 2023.07.23.


역사는 결코 선형 기록이 아니다. 한국의 역사가 그렇다. 유서 깊고 굴곡진 민족의 역사 속에 문화예술의 기운이 생동해왔다. 70년이 넘도록 종전에 이르지 못해 아직도 분단된 민족이지만 전후 폐허로 부터 일궈낸 놀라운 회복과 성장은 오늘날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한류 문화라는 파장을 일으키기까지 세계적인 성공 모델이 되었다. 극동, 아태지역의 강국들 사이에 가려졌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의 탈식민지적 정체성에 몸부림을 치며 역사의 강등을 견디고 극복한 역동적인 민족이다. 역군의 나라, 역동의 나라는 어느덧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세계 반대편까지 널리 전달하는 문화 강국의 위상까지 가꾸었다.

Origin, Emergence, Return 전시의 줄거리는 한국 현대 미술의 태동부터 시작되어 전후 회복을 꾀하며 수십 년에 걸쳐 전후 고도 압축 성장이라는 상향 나선을 그리며 도달한 현재와 역사적 맥락을 그리고자 한다. 전후 수십 년이 품었던 상실의 아픔, 피땀과 희생으로 일궈낸 성장, 가슴 벅찬 오늘에 다 다른 한국이라는 땅과 한국인의 가슴 속에 울려 퍼지는 그것 말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세 명의 작가 모두가 공유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 근현대사의 서로 다른 세대에 태어나 영감과 방향을 찾기 위해 해외 유학을 했고, 삶이 이끄는 길을 좇아 자신이 태어난 고국까지 되돌아왔고 한국을 고향 이라 부르며 살고 활동하는 이들이다.

 

박서보 작가는 한국미술의 전위적 흐름을 이끌며 단색화의 기수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해왔 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1년에 태어난 그의 단색화 작품은 광복 이후 탈식민지적 고민과 전후 국가 재건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단색화는 박서보 작가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영향을 받은 소수의 회화가들이 당대 화단을 둘러싼 고집스러운 사상에 대한 반발이 일부 작용한 화풍이다. 단색화는 1970년대 초 한국의 얼과 철학에 대한 작가의 급진적 해석과 서구 추상화의 간접 영 향으로 탄생해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단색화는 러시아의 구성주의, 그린버그의 환원주의, 유럽의 제로, 일본의 모노하(이우환이 이끌었던 일본의 전위 미술 운동)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요 회화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지만 본질적 인 표현방식으로 구현된 것은 박서보의 손을 통해서였다. 일, 가족, 공동체, 국가라는 일상의 의례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박서보의 실천은 물감, 기질, 손의 특이성에 바탕으로 한 무한에 대한 명상이다. 겸손을 추구하는 자기수행을 통해 그의 조형적인 Ecriture 연작은 글쓰기를 처음 배우는 아들이 시도를 거듭하며 좌절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아버지의 부드러운 시선과 순간에서 비롯되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형태,즉 경직되고 인위적인 모든 것을 극복한 순수한 표현이다.

박서보의 팔레트는 므네모시네를 환원하는 토템이다. 프루스적인 회상 행위에서 그의 모친께서 애지 중지하던 요리스토브와 부엌은 그의 초기 작품의 팔레트가 되어 섬세한 검은색 톤이 되었다. 후기 작 품의 획기적인 색상은 등산길에서 마주친 빛깔과 잎사귀의 형이상학적 경험에서와 그 선명한 적색이 캔버스에 분출되었다. 박서보의 작품은 회복과 현시가 작용하는 회화를 그리며 고향 땅의 재를 담아 온 위대한 작가들과 개념의 고리를 잇는다.

 



이배 작가의 예술적 실천은 환경적 개념주의와 변혁적 개입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한국의 전통 소재 ‘숯’에서 비롯된다. 농부였던 그의 부친을 통해 한국 시골의 토속 샤머니즘, 민속 문화, 전통 공예, 등은 작가의 조형적 의식을 일찍 깨우고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정월대보름에 ‘달집태우기’ 의례의 중심에 농촌 마을 사람들은 소나무 줄기로 20~25m 높이의 집처럼 솔더미를 짓고 한지 조각에 소원을 적어 달집에 묶고 일제히 불을 지른다. 그렇게 타오른 솔더미의 불씨가 식은 뒤, 각 가정에서 남은 숯을 회수하여 아이가 태어났을 때 숯을 끼운 금줄을 대문에 걸어 악귀를 쫓거나 간장 독에 정화 첨가제로 쓰기도 했다.

일본의 모노하(もの派) 전위미술을 이끌었던 이우환 선생의 문하에서 도제 생활을 한 이배는 파리에 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고향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으로부터 방향을 찾아 나무, 불, 한지를 개별적으로, 또는 조합으로 활용한 조각, 설치, 드로잉이 그의 작품 세계를 이루게 되었다. 장수, 덕, 명예, 굳건함, 지혜 등, 소나무는 한국인에게 다양한 상징과 함께 실용성을 지닌 소재다. 선박, 관, 주거 공간 등, 다양 하게 사용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소나무 가지를 끼운 금줄을 대문에 걸기도 했다. 소나무의 수명은 백여 년이라 하지만 숯의 형태로는 천년이 넘는 수명을 얻는다.

한국의 소나무는 성분이 숯을 만드는 데 적합하며 고온에 노출되어도 그 형태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이배 작가의 총체적 접근 방식 안에서 한국의 솔나무 숯은 그의 작업 방식과 의미에 중심을 차지 하게 되었다.

 

진 마이어슨 작가의 초기 유년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록이 적다. 다만, 70년대 초 인천 또는 주변 어디에선가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그 시대 한국에서 태어나 해외 가정에 입양된 수십만 명의 한국 어린이 중 한 명이었다. 다만, 대다수 입양인이 갓난아기 때 입양됐지만, 진은 5살 무렵에 입양되어 한국에 대한 기억도 있었고 자신이 그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렇게 신대륙에서 새로운 삶을 맞이한 그는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적응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스웨덴계 어머니와 조부모, 유대계 아버지가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은 그는 곧 그림이 단어 뿐만 아니라 그 의미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었다. 그렇게 미국 중서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미니애폴리스 미술대학에서 미술 학사 학위를, 펜실베 이니아 미술대학에서 미술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미술을 전공했고, 90년대 말, 뉴욕에서 작가 활동을 시작한다. 사문화된 회화의 역사에 접근하고 재확장할 방법을 찾던 중 초기 CG와 무작위화 SW를 수 단으로 발견했고 이를 통해 표준화된 전략과 정형화된 전유 방식 및 아이덴티티 아트의 대안을 마련 했다. 이미지 샘플링과 대규모 몰입형 회화를 통해 변위, 정체성과 존재감의 주제를 다루며 자신의 작품세계 토대를 닦았다. 현재 프론티어 옵틱스(Frontier Optics)라고 불리는 분야의 초기 개척자인 마이어슨의 활동 범위는 테크놀러지의 도약과 더불어 그가 거주하며 활동했던 뉴욕, 파리, 자카르타, 홍콩, 서울 등의 지역성을 띠며 확장되었다.

 그의 최근 작품은 내면을 들여다보며 회화의 추상적-구상적 전통을 잇는 작업의 연장선에 서 있다. LIDR 스캔, 자가 추상 시퀀스의 후술 인과관계 영상, 개인의 초심리학적 은유의 반복되는 형태를 띠는 작업이다. 샘플링이라는 매개 수단을 통해 실향민, 소실된 개인의 과거와 유산, 괴란된 역사라는 대서사와 접목하여 후식민지적 복구를 노리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생부모의 땅 한국으로 되돌아오며 그는 자신의 근원지에서 깊은 유대감을 체험했고 평생 맴돌던 상실감의 응어리가 복기되며 풀리기 시작했다. 1975년 봄, 어느 공설 시장에 버려진 아이의 방황이 마침내 원점이자 정착지에 이른 것이다.

 

20세기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특별전 ‘Origin,Emergence, Return’은 뉴욕 록펠러 센터에서 2023년 6월 8일부터 7월 23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박서보, 이배, 진 마이어슨은 각각 한지, 숯, CG와 AR(증강 현실)을 사용하여 추상적 개념을 탐구하고 도전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적 세계를 선보여왔다.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온 박서보의 초기부터 최근 작품 40 여점을 시작으로, 삶과 죽음, 순환과 나눔 등의 주제를 숯에 담은 이배의 ‘불로부터’와 ‘붓질’ 시리즈, 그리고 CG 기술을 사용해 이주와 디아스포라 같은 이슈를 다루는 진 마이어슨의 최근 작업으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윤종숙의 한국 전통 수묵화와 독일 추상표현주의를 동시에 담아낸 회화 작품이 록펠러 센터의 로비에 설치된다. 이번 전시의 일환으로 이배는 한국 작가 최초로 록펠러 센터의 채널 가든에 숯을 높게 쌓아 올린 거대한 숯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Histories are never written in straight lines. Within the venerable and volatile history of Korea is a sprawling growth of Art and Culture. In a country bifurcated and still at war with itself, an astonishing recovery from ruins has become a model of global success while fuelling an enormously popular wave of cultural output. Long overshadowed by its regional neighbors and yet processing its post-Japanese- colonial condition, Koreans have endured and overcome relegation by history itself to emerge as a distinct cultural powerhouse of dynamic, diverse, and incredibly meaningful content.

The underlying narrative of Origin, Emergence and Return traces a path that begins at the nascence of Korean Modern art and follows an outward spiral through its post-war emergence and lands squarely in a remarkable present still resounding with the decades of loss, growth, and accelerated development. This is the story shared by all three artists presenting in this exhibition, each of them born and situated in distinct generations of Korea’s contemporary history, studied abroad finding inspiration and direction, and through the sequences of their lives, repatriated to live and work in the country of their birth.

 

Park Seo-Bo is a seminal figure in Korean contemporary art and one of the founding members of the Dansaekhwa Movement. Born in 1931 when Korea was under Japanese colonial occupation, Park’s work emerged from a synthesis of post- colonialism and post-war recovery. Dansaekhwa was partly a reaction to the insistent ideas surrounding art in Korea, founded by Park and handful of artists influenced in the wake of the pioneering master Kim Whanki. Dansaekhwa was inspired by the artist’s radical interpretation of the Korean spirit and philosophy and informed indirectly by Western abstraction in the early 1970s and has now reached a point of broader international recognition.

Monochrome painting has universal occurrence in every major global cultural center, through Russian Constructivism, Greenberg’s Autonomous Reductivism, European Zero, and Japanese Mono-Ha (founded by the Korean artist Lee Ufan), yet it was only through the hands of Park Seo-Bo that it actualized into the immediate mode of essential expression. Inexorably linked to the daily rituals of work, family, community and country, Park’s practice is a meditation on the infinite through the singularity of paint, substrate, and hand. Through heroic humility, his formative Ecriture series is drawn from a tender moment of father witnessing the frustration of his son’s early attempts to master writing and the shared experience of letting go of all recognizable form—pure expression overcoming rigid adversity.

 

Park’s palette is a memorial to Mnemosyne. In a Proustian act of recollection his mother’s beloved cooking stove and kitchen, defines the exact tone of the delicate black of his early work. The breakthrough color of this later works is in turn drawn from a metaphysical experience of light and foliage, encountered while hiking in the mountains, the brilliant reds erupting in equal measure onto the canvas. Park Seo- Bo’s works are conceptually linked to other great artists who have picked up the ashes of their native soil—figurative and literal—to create art that provides reparation and revelation.

 

Lee Bae’s artistic practice of transformative intervention and environmental conceptualism emerges from the elemental history of Korea herself. Growing up in rural Korea as a farmer’s son, the rituals of shamanism, folk culture, and craft were formative influences that informed the artist's development. Among them, the tradition of daljip taewooki (lit: burning the moon house) has been especially poignant. On the Korean Lunar New Year’s Day of Seollal, communities of farmers gather and prop up a tepee structure of large pines to set ablaze. After the embers have cooled, each family carries a portion of the residual charcoal to ensure a plentiful harvest, hung above doorways and baby cribs to ward off evil spirits and even used as a purifying additive to soy sauce.

 

Apprenticed under the mono-ha master Lee Ufan, Lee Bae spent extensive periods in Paris where the distant yearning for home inspired the direction of his work. Wood, fire, hanji (Korean mulberry paper) are employed within a grand oeuvre of production that now spans sculpture, installation, drawing, and assemblage. His usage of Korean Pine is both practical and symbolic for all its longevity, virtue, honor, strength, and wisdom. It is the chosen material for ships, caskets, and houses. Pine branches on doorsteps celebrated the arrival of new-born children. Pine trees sprout leaves for a century, but in charcoal form, gain a life of a millennium. Korean Pine is characterized by composition perfect for charcoal, and is known to maintain its form when subjected to high temperatures. And within Lee Bae’s remarkable wholistic approach it has become both his method and the core meaning.

 

The details of Jin Meyerson’s early life are not specifically known; only presumed to be born in or near the Korean port city of Incheon in the early 70s. He was one of the hundreds of thousands of Korean children adopted by families outside Korea. While most adoptees were taken in as infants, Jin was nearly 5 years old—well into his formative years with an imprint of Korea and a blossoming love of drawing. It was through drawing that was able to acclimate to the gravity of American culture. Through the guidance of his Swedish American mother and grandparents as well as his Jewish American father, he soon realized that drawing could help him understand and communicate not only the words, but also their meaning. 

Meyerson studied at the Minneapolis College of Art and Design and the Pennsylvania Academy of Art and moved to NYC to start his career in the late 90s. In search of a way to expand the history of painting which had been declared dead, he discovered early CG and randomization software, and the means to circumvent the co-opted choreographies of standardized Identity art. Meyerson employed image sampling in concert with large scale immersive paintings that engaged with displacement, identity-versus-presence, and laid the groundwork for his entire artistic practice. An early pioneer of what is now broadly called Frontier Optics, Meyerson’s process has expanded in parallel proximity to technological advancements and the various locations he has lived and worked—including New York, Paris, Jakarta, Hong Kong, and Seoul.

His recent work peers inwards and continues to bridge abstract and figurative traditions of painting, where iterations are scaffolded by LIDR scans, retro-causality videos operating in sequences of generative autobiographical abstraction, and personal figurative investigations of parapsychology. Linking with larger narratives of displacement, lost heritage, and subverted history, he has continued to foster image sampling as a postcolonial recovery protocol. His return to Korea has ultimately grounded him with a sense of belonging, closing the cycle of loss and return that began in the spring of 1975, in a public market where he was abandoned; the first record of his existence.

 

Origin, Emergence, Return, a special exhibition at Rockefeller Center celebrates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art through the works of Park Seo Bo, Lee Bae, and Jin Meyerson – each a leading artistic voice of his generation and beyond. All three artists investigate and challenge the notions of abstraction through unique materials – Park with hanji (traditional Korean paper), Lee with charcoal, and Meyerson with CG (computer graphics) and AR. The exhibition begins with early to present works by post-war master Park Seo Bo (b. 1931), the founder of Dansaekhwa and a defining figure of contemporary Korean art; followed by the works of Lee Bae (b. 1956), whose charcoal-based works embody such themes as life and death and presence and absence; and concludes with works by Jin Meyerson (b. 1972), whose practice integrates CG technology into painting and addresses issues of displacement and diaspora. Alongside the exhibition, Jongsuk Yoon (b. 1965), the Korean-German artist’s paintings are on view at the lobby of Rockefeller Center. As part of the exhibition, Lee also unveils his large-scale site-specific outdoor sculpture of stacked charcoals at Rockefeller Center’s Channel Gardens, becoming the first Korean artist to exhibit at the Gardens. This is Johyun Gallery’s first-ever exhibition outside Korea.

Image Credit: A rendering of Lee Bae’s ‘Issu du feu’ at the Channel Gardens.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Johyun Gallery.
The exhibition space is designed by studioMDA.
The Wall IAB, flagship 146” LED display of Samsung, will invites visitors to experience Park’s work from various perspectives.


https://www.johyungallery.com/exhibitions/153/overview/




Photo by Jeffery Jenkins
Courtesy of the artist and Johyun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