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ZI TV]에세이스트 윤명숙

꿈을 향해 걷는 새내기 작가 윤명숙


어릴 땐 매년 먹는 나이가 많은 의미를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살다 보니 작년이 어제 같고, 마흔이나 마흔 하나나 별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체감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예를 들면, 더 이상 꿈꾸지 않는 나를 발견했을 때, 지금의 삶에 치여 내일을 기대하지 않기 시작했을 때.

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체념했을 즈음,

여든의 새내기 작가 윤명숙을 만났다.









환갑이 넘어 시작했다. 

윤명숙 작가는 올해로 여든이 넘었다. 그녀가 예순이 되었을 때 딸의 권유로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인생을 글로 풀어 놓자면, 지난한 한국사의 한 가닥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꽤 고단한 삶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의 삶을 글에 담기 시작했다. 유머 감각은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재능이니, 차분히 생각을 다듬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대학에서 배우고 익히려던 분야였으나 오래 가꾸지 못했다. 옛 기억을 되짚어 그림을 그린다.  예순도 꿈을 꾸기에 늦지 않았음을 그녀는 스스로 증명하듯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와 그림그리기가 책으로 만들어 졌다. 화가 박서보의 아내, 세 아이의 엄마, 세 손주의 할머니가 아닌, 작가가 되어 스스로 서서 세상에 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윤명숙 작가의 다락방 작업실



쉬운 삶이 어디 있을까.

그녀가 살아온 시간들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아도 쉽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전쟁을 겪었고, 정치적 불안정이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던 시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삶이 쉽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그녀의 삶을 무던하게 지나왔듯, 지금의 청년들도 그때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즐기며 하기를 바랄 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누리며 살기를 바란다. 따뜻한 마음은 책 곳곳에서, 인터뷰 곳곳에서 흘러 넘친다. 부족해도 예쁘게 봐 달라고 웃으며 인사하는 윤명숙 작가의 글을 기대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세상은 풍족하고 편리해졌다. 

그러나 황혼으로 접어든 우리에겐 멀기만 하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잘 적응 못. 하는 것이 그저 면구스럽다. 

딸이 온라인 쇼핑을 권하지만

난 그래도 시장 바구니 들고 식료품 사이를 기웃거린다. 

내 안 깊은. 곳에는 여전히 헐벗은 아이가 숨어있다. 

풍족하면 할수록 감사하는 마음과 

동시에 죄책감을 일깨워주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그 아이에게 그림움을 담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