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CUS⎮6호 1961. 2. 5. 파리에서 박서보가 보낸 엽서
“이 파리생활에 서른 서글품을 풀 방법은 당신이 열심히 보내주는 소식뿐이요.”
(1) 1961. 2. 5. 파리에서 박서보가 보낸 엽서
자료 출처: 박서보 편지모음집 No.1(1960~1965)
여보 어떻게 지내오. 할머님이랑 아버님. 어머님. 모다 안녕들하시요. 이젠파리생활도 한 달이 넘었구려.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구려. 자주 편지 좀 줘..... 이곳에서 당신편지 받는것이 내유일한 즐거움이요. 또 나를 안심시키는 일이니 5일간만큼 편지해요. 당신편지 받으려고 목이늘어저도 아직 한번밖엔 받지 못했으니 대채 어찌된 신판이요. 당신은 남편이 그렇게 대해주면 좋겠오? 이 파리생활에 서른 서글품을 풀 방법은 당신이 열심이 보내주는 소식뿐이요. 이 점 명심해주오. 승조녀석 잘 노는지. 그놈이나.당신을꿈에라도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꿈이 통 꾸워지지 않는구려 분과 목도리 받았소? 서울서 떠나든 날 찍은 카메라 사진중 당신과 함께 찍은것들 가운데 좋은것좀 부쳐줘요. 안성집서 편지 왔는데 당신한테 편지했드니 통 답장이 없다는 어머님 말씀이니. 내 대신자주편지하소. 그리고 마음으로라도 내대신효도하시요. 그것이 당신의도리요. 나를 더욱 애끼는 뜻이니까요. 내가 보내는 옆서 모다 뫃아두시요. 돌라가면 좋은기념이되니까.... 나 그림어제부터 그리기 시작했소. 아직도 방을 얻지 못해소. 호텔에서 그리는데 아주 그림이 잘되오. 기쁜 일이요... 부디 몸조심하소. 내사랑하는 아내여. 곧 소식 보내리다.
1961. 2. 5.
PARK, SEO-BO. 6, RUE DES IRIS PARIS (13e) FRANCE.
MADAME Youn, Myeong-Souk. CHYEONG-JOU, CORÉE | 윤명숙 앞 한국청주시서운동3의7. 윤기호방
(2) 1960. 12. 31. 미국 아시아재단의 지원금 편지
자료 출처: 박서보 증빙자료집 No.1(1954~1961)
THE ASIA FOUNDATION, SEOUL OFFICE
Kesung Bldg., 198, Kwanhoon-dong, Chongno-ku, Seoul, Korea | Tel. 3-5564
December 31, 1960
LETTER OF AGREEMENT
Mr. Park Jae-hong
Representative Korea 1960 Artists Association, 25-1, 5-ka Chongno, Seoul
Dear Mr. Park:
The Asia Foundation is pleased to confirm the award of a travel grant in the amount of $1,341.80 to enable you to visit Paris, France for a period of three months beginning January 2, 1961.
It is our understanding that the principle purpose of your trip is to represent Korea at the World-wide Young Artists Council meeting in Paris from January 4 to January 31. The Foundation considers it important that Korea be well represented at the Council meeting which is under the general sponsorship of the French National Committee of the International Plastic Arts Association of UNESCO.
It is further understood that you will remain in Paris for an additional two months for the purpose of strengthening relations between French and Korean artists and studying recent developments in French plastic art. Your living expenses during the conference will be provided by UNESCO. We should like to confirm that you possess a minimum foreign exchange equivalent from your own resources of US$600 to cover your living expenses during February and March, and that you intend to remain in France during these months.
It is our sincere hope that upon your return to Seoul you will make a substantial contribution to your colleagues in sharing your conference experiences with them. In this connection we would appreciate receiving a report on your trip, with particular reference to the meeting. A copy of suggested guidance for the preparation of your report is attached to this letter.
If the purposes and terms governing this grant as outlined above are fully in accordance with your understanding, kindly so indicate by signing the attached copies of this informal letter of agreement. Upon their receipt, we shall issue authorization for the issurance of your air travel.
Please accept our best wishes for the profitable and enjoyable visit in France.
Sincerely yours,
William L. Eilers
Representative
Agreed: __________
Park Jae-hong
Korea
1960 Artists Association
박재홍 씨에게
아시아재단은 귀하가 1961년 1월 2일부터 3개월간 프랑스 파리에 방문할 수 있도록 미화 1341.80달러 상당의 여행지원금을 지원하게 된 것을 기쁜 마음으로 통지합니다.
본 재단은 귀하의 여행 주 목적이 1월 4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될 세계청년화가 파리대회에 한국 대표로서의 참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재단은 유네스코 산하 국제조형예술협회 프랑스위원회의 주최 하에 진행될 이 대회 모임에 한국 대표가 제대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귀하가 프랑스-한국 예술가 간 관계 강화와 프랑스 조형예술의 최신 발전 동향을 공부하기 위해 행사 이후 추가적으로 2개월간 파리에 기거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회 기간 귀하의 생활비는 유네스코에 의해 제공될 것입니다. 재단은 귀하가 프랑스에 머무르려 하는 2월과 3월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최소 미화 600달러 상당의 외국환을 개인 자금으로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받고자 합니다.
귀하가 서울로 귀환한 후 귀하의 동료들에게 대회의 경험을 공유하여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이와 관련해 본 재단은 귀하의 여행, 특히 대회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는 보고서를 제출받았으면 합니다. 보고서 준비에 도움이 될 제안 사항의 사본을 편지에 함께 첨부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여행지원금의 목적과 조건을 온전히 이해하고 이에 동의한다면, 이 비공식 계약서의 사본에 서명하여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명된 계약서들이 제출 확인되면 귀하의 비행 티켓을 발행하도록 승인하겠습니다.
프랑스 방문이 모쪼록 많은 것을 배우고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서보 수기]
※본인비치용원문
본인이 한국대표로 파견됨에있어 여비를 부담해준다는 것과 본인이 이에있어 준수해야하는 조건협정서입니다.
<표기원칙>
- 원문 : 한글의 한문은 한글 독음으로 표기, 한자어권 외국어 고유명사는 외국어 독음으로 표기, 그외 서양어권 고유명사는 원문 그대로 표기하였음.
- 번역본의 고유명사는 외국어 발음의 독음으로 표기하였음.
- 띄어쓰기나 오타는 원문 그대로를 싣되, 틀린 정보(인명, 전시명 등)인 경우에는 대괄호[]에 의미하는 바를 추정하여 병기함.
[자료 설명]
2월 ARCHIVE FOCUS의 주제는 파리와 박서보이다.
박서보가 여러 시기에 파리에 머물면서 행한 다양한 활동을 조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다룰 예정이다. 박서보는 첫 해외 전시를 가졌던 미국과 오래 전부터 한국 미술계와 잦은 교류가 있었던 일본에도 자주 방문했지만 특히 김창열, 이일 등 동료 예술인들이 거주하던 도시인 파리와 평생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6호의 자료는 박서보가 1961년 세계청년화가 파리대회(Jeunes Peintres du Monde à Paris) 참가를 위해 처음 태어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파리에 입성하여 한 달 여 만에 아내에게 보낸 1961년 2월 5일의 엽서와 1960년 12월 31일 미국 아시아재단의 지원금 편지이다.
세계청년작가 파리대회는 유네스코 산하기관인 국제조형예술협회(IAA)의 프랑스 위원회 주최로 1961년 10월 2일부터 10월 28일까지 만 30세 미만의 각국 청년 대표 미술가들을 위해 운영된 연수 프로그램이다. 본디 도착 직후 1월에 예정되어 있었던 행사가 10월로 연기된 것을 박서보는 파리 도착 이후에나 알게 된다. 미국 아시아재단 서울지부(The Asia Foundation Seoul Office)의 지원을 받아서 어렵게 마련한 비행기 티켓이었던 만큼, 박서보는 귀국하기보다는 남은 기간을 파리에서 머물며 성장의 기회로 삼고자 마음 먹는다. 대회 기간에는 숙식이 제공될 예정이었으나 길어진 파리 생활 기간의 경비는 스스로 감당해야 했고, 이를 위해 신문에 파리 예술계 소식과 전시 비평글을 기고하고 또 파리 풍경 그림을 제작하여 판매해 어린 아들의 우유값을 벌었다고 박서보는 회고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약소국 출신의 무명 작가로서 외로움과 생활고라는 “서글픔”과 싸워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엽서에서 박서보는 파리 13구의 낡은 호텔방에 머물며 파리대회에 출품할 작품을 제작하고 있음을 밝히며 처가인 청주에 내려가 있는 아내에게 가족들을 부탁하고 마음의 위안이 되는 편지 답장을 종용한다.
미국 아시아재단의 지원금 편지에서 한국지부의 대표 윌리엄 L. 에일러스(William L. Eilers)는 지원 조건과 상세 내용을 명시하며 이와 함께 박서보를 지원하게 된 계기를 밝히고 있다. 편지에 따르면 아시아재단은 국제적 문화 행사에서 한국의 입지가 제대로 대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 대표인 박서보를 지원했으며, 귀국 후 국내 예술계 동료들에게 박서보의 경험을 공유하여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글/번역 최윤정
이미지 임한빛
ARCHIVE FOCUS⎮6호 1961. 2. 5. 파리에서 박서보가 보낸 엽서
“이 파리생활에 서른 서글품을 풀 방법은 당신이 열심히 보내주는 소식뿐이요.”
(1) 1961. 2. 5. 파리에서 박서보가 보낸 엽서
자료 출처: 박서보 편지모음집 No.1(1960~1965)
여보 어떻게 지내오. 할머님이랑 아버님. 어머님. 모다 안녕들하시요. 이젠파리생활도 한 달이 넘었구려.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구려. 자주 편지 좀 줘..... 이곳에서 당신편지 받는것이 내유일한 즐거움이요. 또 나를 안심시키는 일이니 5일간만큼 편지해요. 당신편지 받으려고 목이늘어저도 아직 한번밖엔 받지 못했으니 대채 어찌된 신판이요. 당신은 남편이 그렇게 대해주면 좋겠오? 이 파리생활에 서른 서글품을 풀 방법은 당신이 열심이 보내주는 소식뿐이요. 이 점 명심해주오. 승조녀석 잘 노는지. 그놈이나.당신을꿈에라도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꿈이 통 꾸워지지 않는구려 분과 목도리 받았소? 서울서 떠나든 날 찍은 카메라 사진중 당신과 함께 찍은것들 가운데 좋은것좀 부쳐줘요. 안성집서 편지 왔는데 당신한테 편지했드니 통 답장이 없다는 어머님 말씀이니. 내 대신자주편지하소. 그리고 마음으로라도 내대신효도하시요. 그것이 당신의도리요. 나를 더욱 애끼는 뜻이니까요. 내가 보내는 옆서 모다 뫃아두시요. 돌라가면 좋은기념이되니까.... 나 그림어제부터 그리기 시작했소. 아직도 방을 얻지 못해소. 호텔에서 그리는데 아주 그림이 잘되오. 기쁜 일이요... 부디 몸조심하소. 내사랑하는 아내여. 곧 소식 보내리다.
1961. 2. 5.
PARK, SEO-BO. 6, RUE DES IRIS PARIS (13e) FRANCE.
MADAME Youn, Myeong-Souk. CHYEONG-JOU, CORÉE | 윤명숙 앞 한국청주시서운동3의7. 윤기호방
(2) 1960. 12. 31. 미국 아시아재단의 지원금 편지
자료 출처: 박서보 증빙자료집 No.1(1954~1961)
THE ASIA FOUNDATION, SEOUL OFFICE
Kesung Bldg., 198, Kwanhoon-dong, Chongno-ku, Seoul, Korea | Tel. 3-5564
December 31, 1960
LETTER OF AGREEMENT
Mr. Park Jae-hong
Representative Korea 1960 Artists Association, 25-1, 5-ka Chongno, Seoul
Dear Mr. Park:
The Asia Foundation is pleased to confirm the award of a travel grant in the amount of $1,341.80 to enable you to visit Paris, France for a period of three months beginning January 2, 1961.
It is our understanding that the principle purpose of your trip is to represent Korea at the World-wide Young Artists Council meeting in Paris from January 4 to January 31. The Foundation considers it important that Korea be well represented at the Council meeting which is under the general sponsorship of the French National Committee of the International Plastic Arts Association of UNESCO.
It is further understood that you will remain in Paris for an additional two months for the purpose of strengthening relations between French and Korean artists and studying recent developments in French plastic art. Your living expenses during the conference will be provided by UNESCO. We should like to confirm that you possess a minimum foreign exchange equivalent from your own resources of US$600 to cover your living expenses during February and March, and that you intend to remain in France during these months.
It is our sincere hope that upon your return to Seoul you will make a substantial contribution to your colleagues in sharing your conference experiences with them. In this connection we would appreciate receiving a report on your trip, with particular reference to the meeting. A copy of suggested guidance for the preparation of your report is attached to this letter.
If the purposes and terms governing this grant as outlined above are fully in accordance with your understanding, kindly so indicate by signing the attached copies of this informal letter of agreement. Upon their receipt, we shall issue authorization for the issurance of your air travel.
Please accept our best wishes for the profitable and enjoyable visit in France.
Sincerely yours,
William L. Eilers
Representative
Agreed: __________
Park Jae-hong
Korea
1960 Artists Association
박재홍 씨에게
아시아재단은 귀하가 1961년 1월 2일부터 3개월간 프랑스 파리에 방문할 수 있도록 미화 1341.80달러 상당의 여행지원금을 지원하게 된 것을 기쁜 마음으로 통지합니다.
본 재단은 귀하의 여행 주 목적이 1월 4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될 세계청년화가 파리대회에 한국 대표로서의 참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재단은 유네스코 산하 국제조형예술협회 프랑스위원회의 주최 하에 진행될 이 대회 모임에 한국 대표가 제대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귀하가 프랑스-한국 예술가 간 관계 강화와 프랑스 조형예술의 최신 발전 동향을 공부하기 위해 행사 이후 추가적으로 2개월간 파리에 기거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회 기간 귀하의 생활비는 유네스코에 의해 제공될 것입니다. 재단은 귀하가 프랑스에 머무르려 하는 2월과 3월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최소 미화 600달러 상당의 외국환을 개인 자금으로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받고자 합니다.
귀하가 서울로 귀환한 후 귀하의 동료들에게 대회의 경험을 공유하여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이와 관련해 본 재단은 귀하의 여행, 특히 대회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는 보고서를 제출받았으면 합니다. 보고서 준비에 도움이 될 제안 사항의 사본을 편지에 함께 첨부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여행지원금의 목적과 조건을 온전히 이해하고 이에 동의한다면, 이 비공식 계약서의 사본에 서명하여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명된 계약서들이 제출 확인되면 귀하의 비행 티켓을 발행하도록 승인하겠습니다.
프랑스 방문이 모쪼록 많은 것을 배우고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서보 수기]
※본인비치용원문
본인이 한국대표로 파견됨에있어 여비를 부담해준다는 것과 본인이 이에있어 준수해야하는 조건협정서입니다.
<표기원칙>
- 원문 : 한글의 한문은 한글 독음으로 표기, 한자어권 외국어 고유명사는 외국어 독음으로 표기, 그외 서양어권 고유명사는 원문 그대로 표기하였음.
- 번역본의 고유명사는 외국어 발음의 독음으로 표기하였음.
- 띄어쓰기나 오타는 원문 그대로를 싣되, 틀린 정보(인명, 전시명 등)인 경우에는 대괄호[]에 의미하는 바를 추정하여 병기함.
[자료 설명]
2월 ARCHIVE FOCUS의 주제는 파리와 박서보이다.
박서보가 여러 시기에 파리에 머물면서 행한 다양한 활동을 조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다룰 예정이다. 박서보는 첫 해외 전시를 가졌던 미국과 오래 전부터 한국 미술계와 잦은 교류가 있었던 일본에도 자주 방문했지만 특히 김창열, 이일 등 동료 예술인들이 거주하던 도시인 파리와 평생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6호의 자료는 박서보가 1961년 세계청년화가 파리대회(Jeunes Peintres du Monde à Paris) 참가를 위해 처음 태어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파리에 입성하여 한 달 여 만에 아내에게 보낸 1961년 2월 5일의 엽서와 1960년 12월 31일 미국 아시아재단의 지원금 편지이다.
세계청년작가 파리대회는 유네스코 산하기관인 국제조형예술협회(IAA)의 프랑스 위원회 주최로 1961년 10월 2일부터 10월 28일까지 만 30세 미만의 각국 청년 대표 미술가들을 위해 운영된 연수 프로그램이다. 본디 도착 직후 1월에 예정되어 있었던 행사가 10월로 연기된 것을 박서보는 파리 도착 이후에나 알게 된다. 미국 아시아재단 서울지부(The Asia Foundation Seoul Office)의 지원을 받아서 어렵게 마련한 비행기 티켓이었던 만큼, 박서보는 귀국하기보다는 남은 기간을 파리에서 머물며 성장의 기회로 삼고자 마음 먹는다. 대회 기간에는 숙식이 제공될 예정이었으나 길어진 파리 생활 기간의 경비는 스스로 감당해야 했고, 이를 위해 신문에 파리 예술계 소식과 전시 비평글을 기고하고 또 파리 풍경 그림을 제작하여 판매해 어린 아들의 우유값을 벌었다고 박서보는 회고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약소국 출신의 무명 작가로서 외로움과 생활고라는 “서글픔”과 싸워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엽서에서 박서보는 파리 13구의 낡은 호텔방에 머물며 파리대회에 출품할 작품을 제작하고 있음을 밝히며 처가인 청주에 내려가 있는 아내에게 가족들을 부탁하고 마음의 위안이 되는 편지 답장을 종용한다.
미국 아시아재단의 지원금 편지에서 한국지부의 대표 윌리엄 L. 에일러스(William L. Eilers)는 지원 조건과 상세 내용을 명시하며 이와 함께 박서보를 지원하게 된 계기를 밝히고 있다. 편지에 따르면 아시아재단은 국제적 문화 행사에서 한국의 입지가 제대로 대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 대표인 박서보를 지원했으며, 귀국 후 국내 예술계 동료들에게 박서보의 경험을 공유하여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글/번역 최윤정
이미지 임한빛